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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치과진료는 한국과의 형식이 무척이나 다르다.

처음에는 그 형식에 익숙하지 않아서 괜히 혼자 놀라고 섭섭해 했었다.
미국의 치과방문과 치료의 스텝은

1. 들어있는 보험이 적용되는 병원을 찾는다
2. 예약을한다(전화 또는 온라인)
3. 진료를 본다
4. 치료비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5. 치료를 결정한다
6. 치료를 진행

보통 이렇게 나눠지게 되는데, 4번과 6번사이에는 치아의 상황에 따라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잇몸질환과 함께 크라운치료를 한 나의 경험을 공유해 보려고 한다.

1. 보험을 확인하고 예약하기
어느 날 일어나보니 잇몸이 살짝 부어있는게 느껴졌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몸이 열일 하였는지 잇몸이 아주 지쳐있는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나빠지기 전에 치과를 방문하기 위해 예약을 잡기로 했다.
일단 구글에서 집근처에 어떤 치과가 있는지 검색해보고, 웹사이트를 방문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치과보험이 적용되는지를 알아보았다. (TMI:치과보험Delta Dental)

그리고 전화를 하여 예약을 하면서도 보험적용이 되는지 한번 더 물어보고 확인하였다.
보통 기본적으로 체크업이 방문이유가 되는데, 이번에는 자세히 방문 이유를 설명 하였고 가장 빠른 예약을 잡았는데 4일후였다.
보통은 2주 정도 기다려야 한 것에 비해면 아주 빠른예약이었다! 오예!


2. 방문
치과를 방문했을 때에는 옛날에 해 넣었던 크라운 근처에 염증이 생겨버려서 엄청나게 아팠다.
접수대에서 이름을 말하니 처음 방문이라 환자정보서류를 작성하여야 한다며, A4용지 5장정도의 종이를 주었다. 거기에는 기본개인정보와 오늘 방문한 이유 그리고 치아에 대한 관심의 척도에 대한 질문이 적혀있었다. 마지막 질문은 대부분 치과마다 다른데, 여기 치과에서는 충치치료부터 미용까지의 관심에 관한 질문이었다. 마지막 종이에는 환자의 진료기록을 다른병원과 공유하는 것에 동의하는냐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치과를 옮기거나 스페셜리스트를 만날때 이 곳에서 진료한자료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하였다.
다행이 예약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기때문에 진료시간 전에 진료카드작성을 끝낼 수 있었다. 예약한 시간이 되니 간호사분이 오셔서 진료실로 안내해주셨다. 진료실은 1인으로 앉게 되어있는 문이 없고 벽으로 나눠진 곳으로 아늑했다. 의자에 앉아서 대기하니 곧 의사가 와서 간단히 인사를 하고 진료를 시작 하였다. 의사는 염증이 생긴 상태로는 치료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틀간 약을 먹고 염증을 진정시킨 후 다시 방문하라고 하였고
Periodontal disease로 보이니 잇몸치료가 필요하니 잇몸전문가 periodontist를 방문하라고 하고 다음에 올때 소견서를 써주겠다고 하였다.
?? 대체 페리오덴탈디지즈가 뭐지?? 그리고 소견서는 왜 써주지? 페리오돈티스트는 또 누구야? 라고 생각하면서
곧 이름들을 기억라지 못 할 것 같아서 종이에 적어달라고 부탁하였고, 의사는 흔쾌히 병명과 다음 과정도 함께 적어주었다. 그래서 이날은 치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진단과 의견만 듣고 처방전(prescription)을 받아 약국으로 갔다.

부탁드린 노트



약국에 가서 염증약과 마우스워쉬를 사려고 기다리는 동안 단어를 검색해보니 치주질환이었다. 치은염 혹은 치주염으로 알려진 잇몸병...😢

옛날옛적 씌운 크라운 주위의 잇몸이 나빠져서 이전에 잇몸레이저시술을 받은 적이 있는데, 아마 그 뒤로 관리소홀로
다시 심해진것 같았다.

염증이 나아진 2일 후에 의사를 다시 방문하였고 염증이 생겼었던 잇몸주위를 클리닝 하였다. 느낌이 한국에서 하는 스케일링이랑 비슷했다. 그리고 의사는 자기 크리닉에서는 잇몸치료를 하지 않기 때문에 페리오돈티스트를 찾아 가야 한다고 하며 소견서와 추천이 적힌 종이를 나에게 전해주었다. 그제서야 미국의 작업분담을 실감하게 되었다.
클리닝 비용은 $84 (치아1개)

집으로 돌아와서 추천서에 적힌 닥터오피스에 전화를 걸었다.


3. 스페셜리스트방문
Periodontist는 잇몸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로써 그들의 수가 굉장히 적다. 이 의사들은 신경치료를 하거나, 잇몸염증을 제거하거나 딥클리닝같은 치주질환을 담당한가. 내가 가려는 곳은 추천서가 있어도 상담만 하는데 $200 달러가 들었다. 게다가 이건 보험도 안된다. 아... 내돈.... 🤦‍♀️
예약을 하고 2주일 지나서 첫 진료를 보았다. 이곳은 웹사이트가 잘 되어있어서 환자정보서류를 집에서 작성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일반치과보다 의료에 관한 기록을 좀 더 자세히 물었는데, 장기복용하고 있는 약이 있는지, 최근 2주동안 복용한 약이 무엇인지, 알러지는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일단 염증이 있으니 잇몸전체를 한쪽씩 이주일에 걸쳐서 크리닝하고 잇몸의 재생상태를 지켜봐야 이후 어떤 관리나 진료를 결정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어쩜 이렇게도 전문용어가 많은지 많이 못알아 들었다ㅋㅋㅋ. 그냥 뭐 끄덕끄덕, 으음, 아~ 오~ 음오아오~ 마마무가 되어가고 있었다아하하하...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의 상식을 총 동원해서 거의 이해할 무렵, 결제담당자가 와서 치료비를 알려줬고 무려 한쪽(위+아래) 치료에 $500가 청구 될 것이라고 하였다. 어머나세상에!
다행이 보험으로 커버가 되어서 내야 할 돈은 $100 였지만 많이 놀랬다. 가격에 동의했고 진료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이때 병원에 따라 동의서에 싸인을 받는 곳도 있고, 그냥 구두로 동의하는 곳도 있다.


4. 치료 중 충치발견
Root Plane이라는 크리닝 치료를 하던 중 의사가 크라운 안에서 충치를 발견하였다. 아........ㅠ 첩첩산중이다.😫
그래서 의사는 가던 치과로 돌아가서 크라운을 제거하고 충치치료를 하고 새로운 크라운을 하라고 알려 주었고
예정대로 Root plane은 치료가 끝나고도 잇몸의 상황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4주뒤에 방문해서 상황을 보자고 하였다.
그리고 크라운에 대해서는 치아담당의사에게 소견서를 써서 이메일을 보내놓겠다고 하였다.
이때까지는 그래도 모든게 다 순서대로 진행되어 곧 다 끝날 줄 알았다.


5. 재방문
Root Plane이 끝나고 치아담당치과로 돌아가서 충치치료를 하고 새 크라운을 예약해 놓은 사이 4주가 지나서 임시치아를 착용하고 잇몸의사를 재방문하였다. 그런데 엑스레이를 찍어본 잇몸의사가 임시치아의 밑부분 가장자리가 잇몸과 맞닿아 잇몸 속으로 들어가 있고, 이것은 아마 충치제거로 인해 치아의 손실이 커서 생긴 현상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정상적으로 크라운을 쓰우려면 잇몸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대로 크라운을 씌우게 되면, 추후에 염증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Crown lenghtning. 즉 크라운을 씌울 치아가 부족해서 잇몸을 잘라내어 치아를 노출시켜야 하는 수술.
아.. 이게 정말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정말 필요한 수술인가? 하는 많은 의심과 추측이 들었지만 사실 그럴 것이 처음부터 크라운이 깔끔하게 만들어지지 못 한 상태로 10년간 방치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계속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자니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에 의사는 지금의 나의 잇몸의 상태로 보면 다른 잇몸은 건강한데 크라운이 씌워진 잇몸만 특별히 나쁜 것으로 보아 원인은 맞지 않았던 크라운 이었을 수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주문 한 크라운을 중단시키고 Crown Lenghtning을 진행하였다 에효.. 치료비는 $1112. 자가부담비 $429.



6. 마지막진료
수술후 약 2개월동안 잇몸이 건강하길 기다린 후에 치아의사를 찾아가서 새로 크라운을 맞췄다.
아직까지 의문이 있는게 왜 치아의사는 치아를 다시 조금 더 깎아내고 크라운을 새로 맞췄는지를 잘 모르겠다.
원래 있던 사이즈에서 치아만 조금 더 노출 되었으니 상관이 없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고 두 의사가 서로 이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통해서 커뮤니케이션을 잘 했다고 믿었다.

잇몸마지막 점검을 위해서 잇몸의사에게 찾아갔을 때에도 의사가 크라운이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았고 치료가 잘 되었다고 말을 해줬기 때문에 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내가 봤을 때도 깔끔했고.

추측인데, 크라운은 잇몸으로 부터 정해진 mm가 있어서 꼭 그만큼 떨어져야 하거나, 최소 혹은 최대길이 같은 공식들이 있는게 아닐까...?
크라운 가장자리가 잇몸과 너무 떨어져 있어도 안되는 그런거... 🤔
크라운은 PFM (Porcelain Fused Metal)로 $900달러였고 자가부담비는 $290

잇몸의사에 컴펌까지 받은 이후로는 4개월에 한번씩 정기진료를 가야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일년동안 못갔다. 이번연도의 치과방문은 한 번도 못했다. 하하

썸네일ㅋ




아무튼 이렇게 왔다갔다 하는 사이에 메디컬용어스킬은 늘어갔고, 미국의 의료 시스템에도 적응을 해 나갔다.
그래도 여전히 의사끼리의 서로 환자의 정보를 주고 받는 커뮤니케이션은 아직 낯설고 한 의사한테 들은것을 어떻게 내가 다른 의사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번 두 의사는 내가 미국에서 자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너무 친절하게 의료시스템까지 부연 설명해 주면서 진료해 주셨고, 이런 분들이라면 돈을 좀 더 내도 상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ㅋㅋㅋㅋㅋ

치과 진료에 대해서는 가격은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물리적인부담은 많이 없었다.
환자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통증을 느끼면 마취주사를 팍팍 쏘아주셨고 마취하기전에도 젤 같은것으로 사전마취를 해주어 바늘이 들어갈때 느끼는 쇼크를 최소한으로 해주셨다.
특히! 잇몸의사는 마취주사 진짜 잘놓음. 처음에는 사전마취를 하였지만 두번째는 처음에 내가 잘 견디는 걸 보고 사전마취 없이 마취주사를 쏘으셨는데 헐! 진짜 처음 바늘이 닿는 느낌이외에 하나도 안아픔. 바늘조차 안아팠던 기억이.. 이건 좀 기억이 조작됬나..?? ㅋㅋㅋㅋㅋ

치과의사들은 대부분 마취주사를 안아프게 잘 놓는 편이고, 마취하는 자리도 정확하게 필요한 부분에 쏘아서 물리적인 충격과 부담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다만 정신적인 의료비 부담이....

병원이라는게 한국에서 병원을 가도 설명을 들어도 반 정도는 모르는 내용인데, 미국에서 병원을 가면 이해해야 한다는 그 부담감이 두배 세배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몸도 아프고.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도 미국에서 병원을 가게되면, 일단 모르는 부분은 다 물어보시고, 부작용도 물어보시고, 선택지도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도저히 모르는 내용이면 저 처럼 종이에 적어달라고 하셔서 지인분들에게 물어보셔도 되고 인터넷에서 찾아보시면 진료에 있어서 부담을 훨씬 덜 느끼실 것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